Gradle

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창이다. 영화 컨테이젼을 보다가 gradle의 뜻을 깨달았다. 영화 마지막에 U2 노래가 흐르더라. ... from the cradle to the grave~

수술의 추억

  추석을 맞아 치질 수술을 받았다. 직장인이 휴가 이삼일만 내고 수술을 받으려면 추석이나 설이 안성맞춤이다. 수술 핑계로 장거리 운전 안 해도 되고.
  병원에 가기 전에는 치핵절제술이라는 기존 수술법으로 수술 받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.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니 그 동안 PPH라는 획기적인 수술법이 나왔고 나 또한 그 수술법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. 수술 후에 설명을 들으니, 증상이 심해 PPH 시술 후 나머지 치핵을 기존 수술법으로 두 군데 더 제거하였다고 한다.
  수술 이후의 회복과정을 수술예정자들을 위해 기록해 둔다.

[수술 당일 - 禁酒 시작]
  하반신 마취를 하였다. 마취를 위해 척수에 주사를 맞고 효과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는데, 의사선생님이
"좀 주무시죠."
하시기에, '아니, 제정신으로 어떻게 이 상황에서 잠을...' 하면서도 "예"라고 대답을 해 버리고, 진짜 잠이 들었다. 아마 수면 마취제를 맞은 듯하다.

  잠에서 깨니 수술이 끝났다. 증상이 심각해서 의사, 간호사 두 분이 고생 좀 하신 듯하다. 수술은 잘 되었다고...
  수술 당일은 무통주사와 진통주사 덕분에 별 고통 없이 밤을 보냈다. 병원이 유흥가라 밖이 소란스러워 계속 깨어났지만.

[禁酒1~2일차]
  변 보는 것은 괴롭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고, 밥도 잘 먹고 잘 지냈다. 실밥도 벌써 조금씩 빠지기 시작한다. 치질 수술 별 거 아니네.

[禁酒3일차]
  새벽에 무통주사를 뽑아내었다. 기념으로 샤워도 하고.
  아침이 되니 점차 고통이 밀려온다. 지금까지 웃을 수 있었던 것은 무통주사 덕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.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아편유사제 성분이 들어 있다고. 추석이라 진통주사도 못 맞고, 견디는 수 밖에 없다.

[禁酒4~5일차]
  하루에 변을 6~7회 본다. 변 볼 때마다 지옥이다. 두세시간마다 교체하는 거즈는 핏물, 진물 범벅이다. 병원에 전화했더니 자기 전에 먹는, 변 무르게 하는 약을 줄이라고 한다. 변을 보고 나서는 약국에서 받은 연고를 바른 후 그 위에 바세린을 발라줬더니 아픔이 훨씬 덜 하다. 만능 바세린!

[禁酒6~7일차]
  추석 연휴가 끝났다. 이틀 더 휴가를 냈다. 수술 전에는 '왠만하면 출근해 볼까' 했었는데.

[禁酒8일차]
  퇴원 후 처음으로 병원에 갔다. 의사선생님이 중요한 정보를 주셨다. 변을 보고 아픈 이유는 아플까봐 겁이 나서 분비물을 깨끗하게 닦아내지 못 해서라고 하신다. 항문 외부 상처는 실밥이 터져도 상관 없으니 뒷처리를 확실히 하라.
  집에 와서 변을 보고, 비누칠 후 중지의 손톱이 거의 다 들어갈 정도로 깊숙이 닦아 내었더니 진짜 아픔이 훨씬 덜하다.

[禁酒9일차]
  내일부터 출근이다. 휴가는 끝이고 글은 더 이상 남기기 힘들 것 같다.
  수술 예정인 후배분들을 위해 회복기 통증관리의 팁 세가지. 사소하지만 중요하고 의외로 지키기 힘들다.
  1. 용변 후 뒷처리는 깨끗이! 똥꼬 깊숙이 비눗칠 할 것! 두번 세번! 
  2. 바세린을 잘 활용할 것.
  3. 밀어낼 때는 힘을 잠깐만 주고 평소에는 똥꼬에 자신있게 힘을 줄 것.
변 보는 도중에 끊더라도 힘 주는 시간을 최소로 해야 한다. 피가 냉면사발만큼 터져 119에 실려가는 사람이 2주차에 제일 많다고 한다.

...
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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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禁酒12일차]
출근해서 하는 일이 의자에 앉아서 키보드 두드리거나 회의를 위해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게 전부라 잘 견디고 있다. 심지어 자전거까지 탔다. 확실히 10일차부터는 많이 편해졌다. 피와 진물도 많이 줄어 거즈는 빼고 생리대만 차고 있다. 하지만 용변 후 뒷처리가 무서워 아침만 조금 먹고 점심은 건너 뛰고 있다. 생리대도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.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써 보겠나!

[禁酒16일차]
혼자 차를 끌고 병원에 갔다. 퇴원 후 두번째 방문. 항생제, 진통제 빼고 2주치를 처방해 주신다. 이제 생리대도 제거! 禁酒만 2주 더 하면 될 거 같다. 이번 수술 덕에 몸이 많이 좋아졌다. 술을 못 먹으니 체중도 좀 줄고 술 값도 많이 굳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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